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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별이 하늘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6살의 요하네스
오래전 독일에 사는 내 친구 모니카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다. 밤 하늘에 삐뚤빼뚤한 별 몇 개가 그려진 종이 위에 아주 서툰 글로 어떤 짧은 시가 쓰여져 있었는데 이 시의 주인공은 당시 친구의 첫째 아들 6살 요하네스의 작품이었다. 모니카는 이 시가 마음에 들어 스카치테이프로 벽 한쪽에 붙여 두었다. 이 기발한 시는 6,000 마일 떨어진 캘리포니아에서 날아와 피곤함에 지친 나에게 엄청난 울림을 주었고 내가 아이들의 천재적인 창의성을 이야기할 때마다 두고두고 꺼내어진다.
많은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한다. 나는 엄마가 아니지만 오랫동안 아이들을 관찰하고 함께 일한 결과, 그 생각이 분명히 맞는다는 것을 안다. 창의력 관련 전문가 였던 조지 랜드 박사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4-5세 사이의 어린이는 98%가 천재적인 창의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 그렇게 천재적 이던 아이들의 엄청난 상상력과 솔직한 표현력은 사라진다. 아니 사라진다기 보다 숨겨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력 연구의 권위자인 조지 랜드 박사는 그 이유가 학교 교육에 있다고 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은 산업혁명 시대에 만들어진 대량 생산형 교육 시스템으로 무엇이 맞고 틀리는지 흑백이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하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선생님 한 명이 몇십 명, 몇백 명의 학생들 앞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쏟아내고 학생들의 질문이나 의견을 받아 함께 토론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주지 않는 지극히 기계적인 학습 방식이다. 배움 보다는 정보 전달에 중점이 된 교육인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과 여러 디지털 기기에 묻혀 살고 있는 현시대의 아이들은 랜드 박사를 놀랍게 만들었던 5년, 10년 후의 결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속도로, 상상보다는 자극에, 상상의 '표현'보다는 만들어진 컨텐츠의 '소비'에 익숙해지고 있다.
세상은 이미 인간보다 엄청나게 우월한 지식과 스킬을 가진 인공지능이라는 녀석들에게 지식 올림픽의 금메달 자리를 내어 주었다. 많은 정보를 암기하고 답하는 것이 더 이상 교육의 중심이 아닌 세상이 온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이것이 교육의 본질이 아니어야 했다. 인공지능은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바탕으로 논리적인 추론을 해 낼 수 있고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창의력이 많이 요구되는 분야인 아트나 음악 등의 분야에서도 멋진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부모들은 묻는다.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이 그동안 사람이 해왔던 일들을 대체한다는데 우리 아이들은 앞으로 무엇을 공부해야 하나요? 영어나 수학 대신 코딩을 시켜야 하나?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뒤쳐지지 않지? 어떤 프로그램에 내 아이를 넣어서 그 분야의 일등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의 아이가 천재라고 생각했던 시절은 완전히 잊고 말이다.
부모는 누구나 분명히 자신의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모든 부모에게 부모가 아닌 자식이기만 해 본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이들이 놀 수 있게 해주세요.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주세요. 쉴 수 있는 시간, 조금은 지루할 정도의 시간적 여유를 주세요. 지루하면 스스로 놀거리를 만들어 내는게 아이들이예요. 그리고 진심으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주세요. 같이 상상해 보고 놀아 보세요. 아이의 엉뚱하고 재미난 생각들을 알게 되면 너의 생각은 너무 재밌고 신난다고 칭찬해 줘보세요. 그럼, 아이들은 흥분해서 더 많이 상상하고 만들어 내고 보여주고 싶어 할 거예요. 아이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천재적이예요. 그리고 그 천재성은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것을 할 때 엄청난 빛을 발휘할 거예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코딩도 선행 학습도 아니다. 잘 뛰어놀고 그러면서 본연의 상상력을 가지고 자신이 정말로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것이다. 자기가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면 인공 지능보다 느리고 실수 투성이면 어떠랴. 그 즐거움과 보람은 인공지능은 절대 대신해 줄 수 없는 나만의 것이니!